해커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

Posted by 大山 Wed, 12 Jul 2006 20:06:00 GMT

이 글은 해커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에 관한 글이다. 영어로는 비교적 많이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글로는 아직 보지 못한 것 같아 한 번 적어본다.

우선 해커라는 단어는 원래 불법적인 활동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단어라는 것 부터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시스템에 불법적으로 침입하는 활동을 지칭하는 단어에는 크래킹(cracking)이라는 표현이 있고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은 크래커(cracker)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해커(hacker)라는 단어는 핵(hack)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 핵(hack)이란 단어는 '천재적인 방법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다'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해커란 '천재적인 방법으로 어려운 문제를 즐겨 해결하는 사람'이란 의미이다.

원래 이 단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간에 천재 프로그래머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해커라는 불리우는 것은 프로그래머로서 영예로운 일이며 아무나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표현이었다.

해커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은 컴퓨터의 보안 문제와 결부되면서 부터이다. 디지털 정보는 그 특성상 복제가 용이하기 때문에 민감한 정보에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이다. 1980년대에 들어 업무가 점차 전산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회사들은 컴퓨터 네트워크에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보안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던 환경에서 어느 순간부터 이곳 저곳에 보안 시스템이 설치되기 시작하자 해커들 중 일부는 이런 보안 시스템에 침투하는 것을 마치 게임처럼 즐기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는 범죄의 목적이 아니라 단지 재미 삼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회사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사건들이 미디어에 보도되면서 해킹이란 단어에는 보안 시스템에 침투하는 활동이란 의미가 추가되어 버린 것이다.

혹자는 프로그래머들이 왜 그런 활동에 흥미를 느끼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천재들이 이런 종류의 반항적 도전을 즐겨했다는 증거는 컴퓨터 분야 외에도 수없이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일화이다. 금고를 여는 취미를 가지고 있던 파인만은 심지어 맨하탄 프로젝트[1]가 진행되던 연구소에서 조차도 기밀서류가 들어 있는 금고를 열곤 했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이 보안 시스템을 침투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런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하는 일은 수준 낮은 개발자나 하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해킹 및 해커의 원래 의미를 복원시키려는 노력이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O'Reilly 출판사는 Hacks란 이름의 컴퓨터 책 시리즈를 출간했는데 O'Reilly사의 사장인 Tim O'Reilly는 핵(Hack)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를 복원하는 차원에서 Hacks를 시리즈명으로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 읽고 계신 이 글도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

정리하자면 해커란 최고의 경지에 오른 프로그래머를 지칭하는 영예로운 표현이다. 이는 포부를 지닌 개발자라면 누구나 욕심내어야 할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킹 및 해커란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잘못 사용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다같이 힘을 합쳐 고쳐나가도록 해야겠다.

  1. 맨하탄 프로젝트(1942~1946): 미국의 핵폭탄 개발 프로젝트. 여기서 개발된 핵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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