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선택은 위험하다

Posted by 大山 Thu, 20 Jul 2006 08:24:00 GMT

어릴적에 부모님이 입시학원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나는 한국의 입시제도를 비교적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내게 흥미로웠던 점은 거의 매 해마다 인기학과가 바뀐다는 것, 그리고 보통 입학한 사람이 졸업할 때까지 그 인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우수한 이과 학생들이 의대로 많이 진학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이공계로 진학한 후배가 다시 의대로 입학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들이 과연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미 한국에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 현재의 의사 양성 시스템은 의료 인력이 매우 부족했던 7-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는 의사가 필요보다 많이 양성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의대의 정원을 조정했어야 했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인기 학과에 몰리는 것은 그것이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다 선호하는 학과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법도 싶다. 하지만 군중적 사고는 이성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실 입시에서 인기 학과가 형성되는 것은 학생들의 생각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식의 입시 결과에 따라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받는 부모들 때문일 것이다.

현대사회는 경쟁사회이고, 경쟁사회는 필연적으로 부의 편중을 초래한다. 경쟁의 결과에 따라 부가 분배되기 때문에 모두들 경쟁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갈수록 편중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고, 이제 중간 만큼의 성공은 실패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중간이나 그 이하나 큰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안전한 선택만 해서는 결코 평균 이상의 성공을 이뤄낼 수가 없다.

안전한 선택이 언제나 잘못된 전략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 모두 다 같이 발전하던 때에는 중간만 가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룰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의 그것 만큼이나 낮아져 버렸다. 중간만 가면 아무 발전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안전한 선택은 이제 너무 위험한 전략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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