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사용을 옹호하며

Posted by 大山 Thu, 03 Aug 2006 05:23:00 GMT

한달쯤 전에 개발자는 왜 맥을 써야 하는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글을 쓴 동기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외국에서는 상당히 많은 개발자,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미 맥으로 옮겨가 버렸는데 반해, 국내는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에 발목을 잡혀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오늘 우연히 왜 개발자는 맥을 쓰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글을 읽었다. 블로그를 통한 토론도 시도해 볼겸해서 한 번 조목조목 항목별로 반박해 볼까 한다.

1. 겉만 아름다운 UI?

맥 OS X은 분명 꽤나 잘 다듬어진 UI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결코 맥 OS X의 UI를 아름답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디자인의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디자인에 있어 아름다움이란 적합한 디자인에 필연적으로 뒤따라오는 하나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화려하기만한 디자인은 단지 천박할 뿐이며, 애플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회사이다.

맥 OS의 UI에 대해 이해하려면 우선 John Siracusa의 파인더에 관하여와 John Gruber의 블로그에 있는 맥 OS의 UI에 관한 주옥같은 글들을 먼저 읽어 보도록 하자. (두 사람 모두 맥 OS X의 UI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평가이다.) 이 정도의 사전지식 없이 맥 OS의 UI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무모하다.

글쓴이는 또한 맥 OS에서의 개발이 개방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물론 맥에서 윈도우용 GU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픈소스 개발과 웹 개발을 두고 보았을때 맥 OS는 완전히 개방적이다. 게다가 맥 OS X는 X Window 기반 개발, 자바 개발, 그리고 Cocoa 개발까지가 모두 가능한 플랫폼이다. 글쓴이는 윈도우 GUI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맥을 폐쇄적인 운영체제라고 부르는 건지. 그렇다면 윈도우 기반의 개발 외에는 어떤 개발도 불가능하거나 애매한 윈도우는 개방적인 플랫폼이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맥에서 5년 가까이 개발해 왔지만, 맥 GU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GUI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이미 틈새 시장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축소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BSD의 유혹?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맥 OS X의 기반이 유닉스라는 것은 커다란 매력이다. 이 부분에서 글쓴이는 다소 엉뚱하게 Mail이나 키노트 같은 프로그램 때문에 맥 OS에 갖혀 버릴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메일이야 프로그램간에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니 애플의 Mail 때문에 맥 OS에 갖힌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고, 키노트 역시 파워포인트로 파일저장이 가능하니, 키노트 때문에 맥 OS에 갖힐 일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키노트의 파일 포맷은 XML로 완전히 공개되어 있다.) 여기에 가장 인기있는 맥 애플리케이션인 아이튠스는 윈도우 버전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있다. 이토록 개방적인 맥 OS X이 폐쇄적이라고 비판하는 글쓴이는 오히려 자신이 윈도우에 완전히 갖혀 있어서 중립적인 시각을 갖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3. 애플 제품의 높은 고장 빈도?

과거에 애플 제품이 튼튼하기로 명성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언제나 고가의 최고 부품만을 고집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은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다. 이제 애플은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예전만큼 고급 부품을 고집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덕분에 이제 맥은 가격대비 성능으로 보았을때 윈도우 PC 보다 훨씬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지 않는가.

글쓴이는 위의 이유로 맥의 불량율이 윈도우 PC에 비해 훨씬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거로는 인터넷 게시판과 개인적인 간접 경험을 제시할 뿐이다. 직접 미국 소비자 만족도 지수를 검색해 봤다. 2005년 8월 기준으로, 미국 내의 컴퓨터 제조업체 전체중에 애플이 소비자 만족도로 1등을 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에서 소비자 만족도 조사로 공신력이 높은 Consumer Report의 조사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했을때의 기술지원 부문에 있어서도 애플이 현저한 점수차이로 1등을 했다고 한다. 정치도 아닌 분야에서 카더라 식의 주장은 더더욱 곤란하다. 근거를 인용하려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사용하도록 하자.

한가지 첨언하자면, 미국의 첨단 프로그래밍 컨퍼런스(OSCON, ETech 등)에 맥 노트북을 들고 오는 참석자의 비율은 이미 70%를 넘어 섰다. 얼마 전에 직접 다녀온 RailsConf의 경우 전체 참석자의 90%가 넘는 인원이 파워북이나 맥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맥이 갖는 장점을 포괄적으로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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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와 근면에 관하여

Posted by 大山 Fri, 09 Jun 2006 07:41:00 GMT

근면 못지 않게 창의가 강조되는 시대다.

근면은 주어진 일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고, 창의는 그일을 왜해야 하는데 라고 되묻는 것이다. 근면은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고, 창의는 개인의 열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근면한 사람은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창의적인 사람에게서는 열의를 엿볼 수 있다. 근면한 사람에게서는 끈기를 엿볼 수 있다.

공동체가 우선인 집단은 근면과 희생을 요구한다. 비전이 우선인 집단은 창의와 열정을 요구한다. 공동체가 우선인 집단에 속한 창의적인 사람은 게으르다는 비판을 받는다. 비전이 우선인 집단에 속한 근면한 사람은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물론 근면과 창의가 상충하는 개념만은 아니다. 창의적인 사람들만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근면한 이가 돋보이게 마련이고, 근면한 사람들만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이가 돋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착각하지는 말자. 근면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절대 가치는 근면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절대 가치는 창의이다. 소속원 다수의 가치관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창의란 무엇인가? 창의란 다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존과 다른 것은 모두 창의적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다름을 불편해 한다. 익숙하지 않음을 두려워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창의적인 사람은 끊임 없이 다름을 추구한다. 자신이 남과 다른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나르시시스트이다.

그래서 애플 컴퓨터의 슬로건이 Think Different가 아니던가. 1997년 처음 방송되었던 Think Different 광고에는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이 나온다.

왜냐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치광이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어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꿔 볼 용기가 없거든 창의를 포기하고 공동체의 가치에 순응하라. 공동체의 가치에 순응할 자신이 없거든 세상을 바꿔 볼 용기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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