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깎기의 지겨움

Posted by 大山 Tue, 18 Jul 2006 00:16:00 GMT

나는 손톱깎는 것을 싫어한다.
불가피해서 한다.
안깎는 게 신성하다.
손톱깍기엔 손톱을 파괴하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손톱이 짧아야만 키보드를 칠 수 있다.
나도 평생 키보드를 쳤다.

손톱을 깎으면 손톱이 깨진다는 거 안깎고 내버려 두어보면 안다.
나는 손톱을 매일 깎을 때도 있었고 몇주째 내버려도 보았지만
내버려 둘때 손톱이 온전해지고 길어지는 걸 느꼈다.

손톱을 보면 개발자 손톱 같고
손톱을 보면 디자이너 손톱 같고
손톱을 보면 기획자 손톱 같아 보이는 손톱은 손톱깎기 때문에 망가진 거다.
누구의 손톱인지 감이 안 와야 그 손톱이 온전한 손톱이다.

그런데 손톱 안깎는거, 그게 말이 쉽지 해보면 어렵다.
적당히만 기르는 거는 내버려 두는게 아니라 손톱깎기의 연장이다.
가끔이라도 깎지 않으면 못 참는 거는 손톱깎기에 중독되어 있는 거지 내버려 두는 게 아니다.
내버려 두는 거는 그냥 자라는 손톱을 바라만 보는 거다.

- 손톱깎기의 지겨움 中 [1]

개발자에게 게으른 것은 덕목이라고 한다. 가능한한 많은 것을 자동화해서 생산성을 높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이 쌓일수록 스크립트를 많이 짜게 된다. 루틴이 되어 버린 작업을 자동화 시킬 수 있으니까.

오늘도 손톱이 키보드에 미끄러지기 시작해서 손톱깎기를 집어들었다. 루틴도 이만한 루틴이 없는데 손톱깎기 스크립트는 짤 수가 없다.

  1. 이 글은 김훈 작가의 밥벌이의 지겨움에 나오는 글귀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Posted in  | Tags ,  | no comments | no track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