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보다는 관례가 더 중요하다

Posted by 大山 Mon, 26 Mar 2007 12:18:00 GMT

지난번 글은 쓰다보니 주제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샜는데, 원래 쓰려던 이야기는 이거였다.

기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능은 최소화하고, 사용자들이 그 위에서 적절한 관례를 정착시켜 문제를 해결하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새로운 기능은 의도한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능의 추가는 언제나 시스템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볼까도 했지만, 다른 분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어 그냥 이쯤에서 글을 마쳐본다.

PS: 물론 "기능보다는 관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은 레일스의 개발 철학 중 하나인 "설정보다는 관례가 더 편리하다"는 원칙을 패러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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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Posted by 大山 Sat, 24 Mar 2007 17:40:00 GMT

지난 며칠간 미투데이와 플레이톡 이야기로 블로고스피어가 뜨거웠다. 대강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요약하자면..

  1. 미투데이란 이름의 심플한 미니 블로그 서비스가 비공개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2. 미투데이 기획자와 같은 모임에 속해있던 어느 개발자가 미투데이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한 후, 동일 컨셉의 서비스를 재빨리 개발하여 정식으로 오픈해버렸다.
  3. 미투데이가 블로거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점, 비공개 베타서비스인점 그리고 한정된 초대장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역이용한 플레이톡에 가입자가 몰렸다.
  4. 미투데이 사용자를 중심으로 플레이톡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5. 갑자기 비난의 대상이된 플레이톡의 사용자들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6. 플레이톡은 연이어 미투데이의 기능을 표절하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팩트의 나열이다. 뭐 플레이톡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냥 화면 낭비일 것 같다. 그 문제는 읽는 분들께서 알아서 판단하시도록.

미투데이는 사실 무척 심플한 서비스다. 물론 기획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치열한 고민과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겠지만, 아무튼 기획/디자인 다 끝난 상태에서 개발만 한다고 치면 레일스로 한 일주일이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플레이톡이 카피 서비스면 어떻게 몇 주만에 개발할 수 있었겠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이게 이유다. 미투데이도 플레이톡도 개발 하나만 놓고 보면 초고속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간단한 사이트다.

하지만 작품은 더 추가할 기능이 없을 때 완성된 것이 아니라, 더 뺄 기능이 없을 때 비로소 완성된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미투데이는 더이상 뺄 기능이 없는 단계에 근접한 서비스다. 미투데이의 기능이 어느 정도로 절제되어 있냐하면, 예를 들어 글을 올리고나면 수정/삭제가 아예 불가능하다. (관리자에게 따로 메일을 보내 사정하면 가끔 예외는 둔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는 수정/삭제 기능을 요구하던 사용자들 중 상당수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 수정/삭제 기능이 없다는 것에 오히려 열광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러한 기능상의 제약이 사용자들이 미투데이를 사용하는 패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방향은 내가 보기에도 무척 긍정적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수정/삭제 기능을 뺀다는 전례가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미투데이를 만든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을 지를. 이렇게 구상해낸 기획 요소 하나하나를 누가 하루아침에 가져다 베끼면, 화가 치솟는건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여기에서 플레이톡 사용자분들께 한말씀 드리자면..

플레이톡 사용자 여러분, 미투데이 사용자들이 플레이톡을 비판할때 기분 상하시는건 충분히 공감합니다. 누구라고 자신이 사용하는 사이트 흉보는데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한번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투데이가 세상에 나와 첫 걸음을 내딪을 때부터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기분일 지를요..

암튼 그건 그렇고, 미투데이나 플레이톡처럼 심플한 서비스의 경우에는 사실 기능이 같다는게 그다지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기능이라 부를만한 것이 몇개 없는 것도 사실이고. 기능이 단순할수록 핵심은 서비스 그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그 위에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가느냐에 있다. 그런 면에서 미투데이는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다.

가까운 지인을 통해서만 회원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미투데이 사용자들 간에는 강한 유대감이 존재한다. (Open ID란 생소한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드는건 사실 웬만큼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어려운 면이 있다.) 게다가 미투데이를 만든 이들 부터가 잘 알려진 블로거인 관계로 미투데이의 베타 사용자 중에는 글재주와 재치가 넘치는 분들이 많다. 이들이 쏟아내는 소소한 이야기와 소통 및 놀이의 방식은 다른 사용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투데이도 이제 곧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니, 내가 더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번 글이 내가 제 삼자 입장에서 미투데이에 관해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다. 다음주부터는 미투데이 개발팀의 파트타임 팀원으로서 종종 개발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겠으니 기대해 주시길. ;)

PS: 제 블로그의 독자 분들께는 앞으로 미투데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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