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이란 무엇인가?

Posted by 大山 Wed, 12 Jul 2006 15:02:00 GMT

나는 어릴적에 추상이란 그냥 어렵고 모호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피카소의 그림이 추상적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냥 어렵고 난해한 그림을 추상화라고 부르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추상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추상이 인간의 사고과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추상(抽象)을 한자로 보면 '뽑아낼 추'와 '코끼리 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象)은 모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한자를 풀이해 보면 '모양을 뽑아내는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즉, 추상이란 실제하는 사물에서 어떠한 특징만을 뽑아내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뽑아진 특징을 우리는 추상적이라고 부르게 된다.

피카소의 그림으로 돌아가보자. 피카소는 자신이 본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특징은 강조하고 자신이 중요치 않게 여기는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했다. 사물에서 특정 요소만을 뽑아내서 그렸기 때문에 피카소의 그림은 추상화인 것이다.

반대로 사진은 추상적이지 않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이 구체적이라고 말한다. 추상적이냐 구체적이냐는 물론 정도의 차이인 측면도 있다. 어떤 그림은 보다 더 추상적이고 어떤 그림은 보다 더 구체적이다.

추상이 예술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추상이 가장 중요시 되는 분야는 과학이다.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관찰하며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사과의 낙하란 구체적인 사건에서 하나의 특징인 모든 사물은 서로 잡아당긴다는 법칙을 뽑아낸 것이다. 따라서 중력은 추상적이다. 실제로 과학은 자연의 중요한 특징을 발견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과학이론은 언제나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

과학자나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추상적 사고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비가 오는날 빨래를 했더니 잘 안마른다라든가 신용카드를 많이 쓰면 저축하기가 어렵더라는 사실은 우리의 추상적 사고과정의 결과물인 것이다. 추상은 일상의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우리가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하게 해주는 두뇌의 한 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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